때는 23년 여름 가족을 보러 경기도에 다녀온 후 집에 도착한 날의 밤이었다. 씻고 자려는 준비 도중 문밖에서 사람이 우르르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계단을 올라와 정확히 내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때의 시간이 10시가 넘은 상태였기에 나는 무슨 위험한 분들이라도 온 건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반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보이는 것은 굉장한 숫자의 사람들이었다. 이게 뭔가 싶더니 지금 이 원룸에 사는 입주민들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시간에 나를 찾은 이유는 다른 입주민들은 내가 사는 원룸이 집주인이 사는 원룸이라고 생각했더니 아니란 걸 알고 누가 사는 건지 확인하려고 온 것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집주인의 전입신고 주소가 내 주소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오해를 해결한 다음 나에게 온 입주민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이날 입주자들은 모두 모여 이 다가구 주택은 전세사기가 거의 확정된 집인 걸 알게 되어 집주인과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이야기가 끝나면서 내 집에 누가 사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집주인을 가리키는데 그때가 되어서야 집주인을 처음 보게 되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지금 나 말고도 이 집에 입주하신 분들 모두 전세사기를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톡방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단톡방에서 얻게 된 정보를 조합한 대략적인 현 상황은 아래와 같았다.
- 현 집주인은 전세사기 피의자의 친구로 명의만 빌려서 현 집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전세 사기범은 다른 집의 전세사기 피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 큰일 날 걸 알게 된 현 집주인은 친구인 피의자에게 다른 이로 명의를 옮겨달라고 요구하였고 그것을 이행하는 도중 입주민에게 붙잡힌 상황이다.
- 진짜 전세 사기범은 현 집주인에게 받은 전세금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전세 계약만료로 나가려고 해도 전세금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건물 자체는 보증이 없었기 때문에 대항력은 유지가 되는 것이었지만 평생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것과 대출한 보증금을 언제 모으냐는 현실은 내게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이후 입주민들과 집주인과 집주인 친구(전세 사기범)의 어머니가 모여서 논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려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지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