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논의

원룸 단톡방에 들어간 초기에는 자주 모임을 갖게 되었다. 거기서 알게 된 것은 나는 입주자 중에서는 뒤에서 1~2위를 다투는 후순위였던 것이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경매에 들어가게 되면 전세금은 먼저 입주한 주민부터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전세사기에 해당하는 다가구주택은 선순위 몇 명 말고는 거의 받을 수 없다는 게 보통이다. 그렇기에 평생 여기서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을 하던 중 전세 사기범의 가족 및 현 집주인과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초반 분위기는 매우 살벌하였으나 어떻게든 논의를 진행하게 되었고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았다.

  • 집주인 : 현 다가구주택은 재개발구역에 있으니 재개발이 확정될 때까지 현상 유지를 해주었으면 한다.
  • 세입자 : 근데 집주인은 지금 집 관리를 포함하여 수도세나 인터넷비를 내지도 못할 정도의 상태이지 않나. 이것부터 어떻게든 해결해라. 그리고 언제 재개발이 확정 날지 모르는데 기다리기만 하라는 말이냐
  • 집주인 : 그건 이제 제가 일을 하면서 원상복구하도록 노력하겠다. 자비를 베풀어달라.
  • 세입자 : …..

결국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던 세입자(나포함)들은 일단 급한 불인 인터넷과 수도세의 해결과 앞으로는 원룸을 관리하라는 조건으로 집주인과의 논의는 종료되었다.

이후 세입자들끼리 모여 앞으로의 상황을 대비하자는 차원으로 변호사비와 감정평가비용들을 모으기로 하였지만 여기서 몇몇 분들은 이를 거절하고 따로 행동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비어있던 등기부등본에 하나둘씩 가압류가 늘어나는 집은 놀랍게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 수도세와 인터넷 비용을 해결한 원룸은 이제 매주 청소하는 업자까지 부르는 걸 보면 정말 바뀌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추가로 중개사와 세입자가 만나서 논의를 한 적도 있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았다.

  • 중개사도 전세사기범과 공범이다.
  • 그러나 중개사도 처음에는 전세사기범이 세입자에게 전세금도 돌려주는 모습을 보고 이 원룸은 그냥 집주인처럼 관리하는 집인줄 알았다고 한다.
  • 놀랍게도 중개사 본인도 전세사기범에게 현재 속아서 빛쟁이 상태라고 한다.(근데 그런거 치곤 가지고 있던 물품들이 비싼거만 있던데)
  • 거기에 형사입건되어 언제 깜방에 들어갈지 모른다고 한다.

위와 같은 논의들을 통해서 대충 내가 당한 전세사기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해야 할 것은 재개발이 되는 그날까지 전세대출을 유지하면서 이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4년이 지나 나는 전세대출을 갱신해야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